이강자
미치고 싶었다
바람 부는 날엔
석달 열흘 긴 이별에
응어리져 버린
그 슬픔이 서럽기 때문만은 아니다
미치고 싶었다
햇빛 눈부셔 눈물나려 할 땐
마른 논 갈라지듯
비틀려 버린,
그 시간들이 허망하기 때문만은 아니다
미치고 싶었다
초록이 붉어
온 천지 혼미할 땐
풀지 못한
그 인연타래 그립기 때문만은 아니다
미치고 싶었다
별 빛 찬란한 밤엔
덮어도 덮어지지 않는
각질되어 조여오는,
그 허물들이 부끄럽기 때문만은 아니다
그저 미치고 싶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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